서비스를 내리면서

지난 12월부터 회사에서 기획하고 서버를 만들고 운영해왔던 서비스가 오늘부로 서비스 종료되었다. 수익부진으로 인한 폐업. 당시 10명이었던 회사에서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7명만이 끝까지 남았다. 어떻게든 서비스를 굴려보고 싶었지만, 지금이 회사를 접기 참 좋은 때라는걸 사장님도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서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나는 그걸로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예상은 진작에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떤 기분일까 라는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담담했던 기분도 닫아야 할 때가 되니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내가 내려야 한다. 서버 인스턴스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버튼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이제 30분 정도 후면 1월 요금이 더 나올것이다. 닫아야 한다.

EC2 인스턴스 두개를 정지시킨다. OK. EBS 볼륨들을 떼고 삭제한다. OK. Elastic IP 두개를 할당해제 시킨다. 릴리즈가 잘 안된다. 다시 하니 된다. S3에 들어 있던 데이터들을 삭제한다. 오브젝트가 10만개가 넘어서 잘 안지워진다. 지워질때까지 한다. 안된다. 데이터를 월별로 쪼개놓은게 왠지 고마워진다. 월별로 지우니 된다. 삭제하다 기분이 울적해져서 맥주 한캔을 깐다. 안주 없이.

이제 내가 만들었던 서비스는 없다. 물론 내 노트북에는 남아 있지만 대중들에게 노출될 일은 없을 것이다. 3분뒤면 2016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