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기계식 키보드, AJAZZ geek AK33 구입기

중국산 기계식 키보드, AJAZZ geek AK33 구입기

최근 중국산 전자제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미친 가성비, 대륙의 실수 같은 키워드를 달고 말이죠. 반쯤은 대세를 따라, 반쯤은 호기심으로. 커뮤니티에 이야기가 돌던 중국산 키보드를 하나 구매해보았습니다. 과연 중국산 키보드도 쓸만 할까요?

한국에 양질의 중국 전자제품이 밀물처럼 들어오게 된 계기라고 한다면 단연히 샤오미의 공이 컸다. 10400mAh 외장 배터리가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풀린다는건 그때 당시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가성비였고, 웬만한 배터리들보다 나은 디자인과 성능을 가졌기 때문에 "대륙의 실수"라는 평까지 받게 되었다.

샤오미 10400mAh 배터리

하지만 이제 이런 물건들을 "대륙의 실수"라고 평하는건 중국에게 실례가 될 것 이다. 한국 제품들을 뛰어넘는 여러가지 전자 제품들이 한국에 속속 들어오면서 실수가 아닌 실력을 한창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입한 AJAZZ geek AK33 키보드도 상당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키보드로 4~5만원 정도의 가격에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다. "대륙의 실수"라는 키보드를 붙일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구입

AliExpress - AJAZZ geek AK33

키보드를 사기로 마음 먹은건 회사를 이직하고 나서부터다. 회사 장비로 사용하고 있는 애플의 무선 키보드와 트랙패드의 블루투스가 간헐적으로 먹통이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하다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고, 어떻게든 주변기기들을 교체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상한 모임의 지름 권장 채널에서 눈에 띈 한개의 글.

HaruAir - Ajazz Geek AK33 기계식 키보드 구입 및 사용기

중국산 키보드지만 쓸만하다는 글을 본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였고, 이미 국내산 키보드들은 아웃 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주문 완료.. 알리페이 결제는 왜 그렇게도 편하던지.

최근들어 알리의 배송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는데, 보통 한달 이상 걸리던 배송 속도가 2주 내로 배송될 정도로 빨라졌다. 이 키보드는 18일만에 도착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주말이 끼지 않았다면 아마 이 구입기를 더 빨리 작성하고 있었을지도.

하얀색 또는 파란색 LED[1]를 사용하는 기본 모델의 가격은 35달러에서 50달러선. 무료배송을 해주는 곳도 있고 아닌곳도 있다. 그리고 LED 색을 빨간색으로 교체하여 출시한 AK33S 모델은 50~60달러 선, 여러가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AK33 RGB 모델은 70달러 선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나는 저렴한 기본 모델을 선택했다. 구매 링크

2주간의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주문한 키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외관

박스샷
박스 오픈샷

박스 귀퉁이가 약간 찌그러진 채로 왔지만, 바다 건너 먼길 무사히 온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포장을 뜯었다. 포장을 열어보니 이쁘장한 로고가 있고 내부 포장재에는 알수 없는 엠블럼(?) 이 있다. 게임팀이라도 지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키보드 본체
설치 후

본체를 살펴보면 키보드 기판쪽의 사이즈는 키캡들의 크기와 거의 같게 만들어져 있는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 숫자키들을 제거한 텐키리스 키보드다. 마치 이 동네의 끝판왕인 해피해킹 키보드를 보는듯한 느낌. 군더더기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 덕에 마우스와 키보드를 자주 왔다갔다 해야하는 나같은 개발자는 손이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키캡 아래로 스위치가 보인다
** 키캡 아래로 스위치가 보인다*

군더더기가 없다는건 테두리 뿐만이 아니다. 보통 키보드들과는 달리 키보드 스위치가 보일 정도로 밑을 가리는걸 피하지 않는다. 이건 최근 기계식 키보드들의 트렌드인듯 하다. 나오는 키보드마다 거의 다 이렇게 나오니까.

키캡의 경우 국내에 수입되어 판매되는 키보드들과는 달리 한글 각인이 없어서 더 깔끔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한글 각인이 없는건 일반 사용자들에게 불편할지도 모르겠지만, 노트북을 살때도 일부러 한글 각인이 없는 모델을 샀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스텝스컬처

키캡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자면, 이 키보드는 키캡의 높이가 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스텝스컬쳐2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기계식 키보드들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가형이라고 빼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능

i-rocks KR-6251

기존에 집에서 사용하던 기계식 키보드는 아이락스의 KR-6251 이었는데 그때 당시엔 저렴한 가격대의 포지션을 잡고 출시한 제품이었다. USB 포트도 달려 있어서 지금도 집에서 편하게 쓰고 있다.

AK33은 청축과 흑축중 한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사무실에서 사용할 용도로 구매했기 때문에 소음이 적은 편에 속하는 흑축을 구매하였다. 이 회사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Zorro 스위치를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KR-6251 적축과 이 모델을 비교한다면, 흑축을 사용한 AK33쪽이 필압이 확실히 더 높은 느낌이라 안정감이 높다. 물론 적축과 흑축을 같이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비교이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키보드를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몇몇 키보드 리뷰 영상을 본건 있어서 타건 음성을 녹음해봤다. 무책임한것 같지만, 개인적인 판단은 이 오디오를 듣고 판단해주시길.

단점들

아직 써본지 몇일 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단점 몇가지를 나열해보고자 한다.

  • 몇몇 키의 스위치 상태가 불량한지, 스프링 소리가 거슬리는 키가 몇개 있다. 다른 키들은 스프링이 탕하고 튕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몇몇 키만 특이하게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 보면 품질관리가 조금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 우측 시프트 키의 크기가 작다. 이 문제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에겐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는데, 시프트 키 대신 방향키를 눌러버릴 가능성이 있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 외로는 딱히 문제 삼을만한 건덕지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직구 상품이기 때문에 A/S가 어렵다는 문제도 생각 해봐야겠지만.

총평

기계식 키보드 입문으로 적합한 깔끔한 디자인의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가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비싼 돈을 주고 사기에는 망설여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렴한 키보드를 먼저 써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A/S면에서는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에 이 키보드가 국내 수입사를 통해 들어온다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기를 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1. White 모델의 경우 파란색 LED, Black 모델의 경우 하얀색 LED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